최근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정년 연장입니다.
대한민국이 유례없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정년 60살로 세팅되어있어, 정년 후 30년은 더 경제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수명연장으로 노인의 개념이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숙련 노동자의 목소리와 한정된 일자리에 새로 취업시장에 진출하는 청년 세대의 “내 자리가 사라진다”는 불안함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그리고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정년 연장 논의, 왜 지금 터져 나왔나?
최근 현대자동차, 기아 등 대형 제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만 64세’ 혹은 ‘만 65세’로의 정년 연장 요구가 거셉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의 미스매치: 현재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점차 늦춰져 출생년도에 따라 만 65세까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득 공백기(LINC)를 견뎌야 하는 고령 근로자들에게 정년의 연장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인구 절벽’ 시대에 숙련된 인력을 더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2. 청년 세대의 반발: “사다리 걷어차기인가?”
하지만 이 논의가 나오자마자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곳은 역설적으로 같은 회사의 후배들과 신규로 취업시장에 노크중이거나 노크하려는 취업 준비생들입니다.
- 고용 총량의 법칙: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총 고용 인원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윗세대가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면,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년들의 논리입니다. 즉, 정년에 의한 자연 감소분이 발생해야 청년 취업자들의 자리가 생긴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입니다.
- 공정성 이슈: 성과와 상관없이 연공제를 통해 고임금을 받는 고연차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연장하는 것은 조직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후배들의 승진 기회를 박탈한다는 불만도 큽니다. 이는 신규 고용을 창출하여 조직 활력을 원하는 시각으로 본다면 조직을 고사시키는 자해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3.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 3가지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는 핵심 카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vs 직무급제)
회사가 정년 연장을 수용하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강화하거나, 근속연수가 아닌 업무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달리 책정하는 직무급제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노동조합 측은 임금의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요구할테고, 사업주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년을 연장하게되면 인건비 부담이 그 만큼 늘어나기때문에 임금피크제 또는 정년 후 계약직으로의 재고용 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등의 큰 입장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 합리적인 지점에서 도출하는게 가장 큰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입니다.
② 계속고용 방식의 다양화
고용을 연장하는 방법에는 정년 자체를 늘리는 방식 외에, 일단 퇴직시킨 뒤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계속고용 방식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방식이 더 보편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에 따르는 노사간 충돌을 피할수 도 있고 기업에서는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이어가면 되므로 일정부분 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 현업에서 더욱 선호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숙련공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절충안이 되기도 합니다.
③ 신규 채용 쿼터제
노조가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조건으로, 회사가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채용을 보장하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세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인 면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4. 인사 실무자가 고민해야 할 세대간 상생의 방향
우리 같은 인사 혹은 노무 부서장을 포함한 실무자들은 단순히 누구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고용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사용자 측면과 근로자 측면 양면의 성격을 모두 가지는 기업의 인사관련 부서에서는 일시적인 효과가 아닌, 근로자의 최대 고용/편익을 증대시키면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고용을 찾기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멀리서 방법을 찾기보다 평소 알고있던 업무에서 효율성과 효용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과 근로자 모두 만족할 수 있을것입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찾는것은 매우 지난할 것이며, 최악을 피하기 위해 가장 좋은 선택지를 찾는다면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것입니다.
- 숙련 기술 전수 시스템 구축: 고령 인력이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청년 인력에게 기술 노하우를 교육하는 멘토역할을 수행토록 하여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을 주는 방법 등으로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람에 의한 업무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갖추어야 합니다.
즉, 특정한 사람이 없더라도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조직이 정비되어야 합니다. - 유연한 근무 형태 도입: 정년 대상자들에게 단시간 근로, 직무 공유(Job Sharing), 프로젝트 업무 전담 등을 제안하여 청년 채용 공간을 확보하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이는 고연령자의 줄어든 근로시간 만큼 절약되는 인건비로 청년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의 여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로인해 조직이 더욱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 투명한 데이터 공유: 정년 연장이 실제로 신규 채용에 미치는 영향, 인건비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노사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감정적 싸움이 아닌 수치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협상을 유도해야 합니다.
실제 노사협상을 진행해보면 노동조합에서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사석에서는 조합원들의 평균연령 상승과 인력의 신규 수혈이 되지않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있으며 이는 회사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노동조합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세한 데이터 제시를 통해 협상한다면 합리적 이성을 가진 상대라면 반드시 절충가능한 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5. 결론: 윈-윈(Win-Win)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정년 연장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들의 기회를 뺏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윗세대는 임금 조정과 같은 양보를, 아랫세대는 숙련공의 가치를 인정하는 포용을, 그리고 기업과 정부는 고용 유지에 따른 세제 혜택과 인건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되어있어, 이와 결부된 정년 연령의 연장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심스레 나오고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던,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기 전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던, 고용 연장은 필연적으로 보입니다.
매도 먼저맞는 게 좋다는 말과 비슷하게 현업에서는 [이왕 줄려면 기분좋게 주는게 좋다]는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노사 화합의 상징으로, 필요하다면 고용 연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이번 노사 협상에서는 갈등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고용 표준을 만드는 상생의 장이 되었어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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